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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우주냐,
총탄이 오가는 레바논이냐.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영화 ‘더 문’과 ‘비공식작전’이 2일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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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감독들의 대작 경쟁은 개봉 전부터 뜨거웠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더 문’과 ‘비공식작전’의 예매율은 1일 현재 각각 15.9%, 11.5%로 집계됐다. 이는 ‘밀수’(20.7%)에 이어 2~3위에 해당한다. 예매율에선 ‘더 문’이 우위지만, 관객 수는 ‘비공식작전’이 앞선다. ‘비공식작전’의 사전 관객 수는 4만 3000여 명으로 ‘더 문’(3만 명)을 1만 3000여 명가량 앞질렀다. 두 작품 모두 극강의 스펙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대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더 문’은 286억, ‘비공식작전’은 최소 200억 원이 투입됐다. 이번 여름에 개봉하는 국내 대작 가운데 1, 2위에 해당하는 제작비 규모다. 이에 따른 목표 스코어도 높다. ‘더 문’의 손익분기점은 640만 명, ‘비공식작전’의 목표 스코어는 600만 명이다.

감독들 역시 흥행을 보장하는 베테랑이다. 더 문은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 천만 신화를 쓴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비공식작전’은 ‘끝까지 간다’, ‘터널’, ‘킹덤: 아신전’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김성훈 감독이 전두지휘했다. 배우 라인업도 화려하다. ‘더 문’엔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에서 배우로 눈도장을 찍은 도경수와 설경구, 김희애 등 중량급 배우들이 출연한다. ‘비공식작전’은 믿고 보는 조합인 하정우와 주지훈을 내세웠다.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김용화 감독의 전작,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찰떡같은 케미를 보여준 바 있다. 우주 생존 vs 피랍 외교관 구출… 극과 극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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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극과 극이다. 더 문은 미래를 그린다. 2029년 우리나라 최초의 달 유인 탐사선의 성공적인 착륙이 주요 설정이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6년 뒤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이르면 2032년에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지않은 우리의 미래를 그린 셈이다.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달에 홀로 남겨진 황선우(도경수) 대원의 생존 여정을 그린다.

반면 비공식작전은 과거로 되돌아간다. 영화는 외교관 이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기사 김판수(주지훈 분)가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 동료를 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1986년 레바논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외교관 피랍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당시 출근길에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던 도재승 2등 서기관(당시 44세)은 1년 9개월 만에 생환했다. 생환 과정은 기밀 사항이어서 알려져 있지 않다. 영화는 외교관의 피랍과 생환이라는 큰 틀에서 ‘누가’ 그를 구했는지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달 표면 극강 표현 vs 화려한 카체이싱

두 작품 모두 볼거리가 풍성하다. 그러나 이 역시 극과 극이다. ‘더 문’은 광활한 우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울퉁불퉁한 달 표면의 질감부터 유성우가 쏟아지는 모습, 칠흑같이 어둡고 황량한 우주까지 실감 나게 보여준다. 압도적인 VFX(시각특수효과)의 힘이다. 우리나라 SF 작품 가운데 역대급 특수 효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의 질감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이례적으로 전체 촬영은 물론, 후반 작업까지 4K 고해상도 카메라를 사용했다. 한국 영화 가운데 제작 전 과정을 4K로 작업한 작품은 ‘기생충’(2019)이 유일하다. 제작진은 VFX에만 6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소품들도 사실감을 더한다. VFX팀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프리 비주얼 작업에만 6개월 이상을 투자했다. 월면차는 달에서 실제로 운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제작했고, 우주선 세트 역시 실물에 가깝게 만들었다. 실감 나는 우주복을 연출하기 위해 13벌이나 제작했다. 사운드의 생동감을 높이기 위해 700개에 가까운 오디오 채널을 통해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우주 공간이나 황선우의 귀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 등을 표현했다. 눈과 귀로 우주를 체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작한 것이다. 김용화 감독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샷 수를 줄이는 대신 극강의 질감으로 올려서 사진처럼 정교한 질감 품질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비공식작전’은 화려한 액션과 이국적인 풍광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배우들은 와이어, 총격부터 카체이싱까지 다양한 액션으로 장르적 쾌감을 높였다. 무장 단체와 격렬한 총격전을 벌이가 다도 어느 순간 건물 옥상에서 성인을 둘러업고 건물 간 이동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화려한 차량 추격신이다. 택시가 좁은 골목과 경사진 계단을 질주하며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극강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택시로 나오는 벤츠 차량은 추격전 촬영 과정에서 8대나 파손됐다.

액션이 벌어지는 배경인 이국적인 풍광도 눈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레바논과 스위스를 배경으로 하지만, 실제 촬영은 각각 모로코와 이탈리아에서 진행됐다. 과거 레바논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제작진은 모로코의 폐허, 쓰레기장 등 험한 곳을 골라 촬영했다. 외국 배우들의 비중도 적지 않다. 할리우드 영화 ‘퍼시픽 림’ 시리즈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출연한 번 고먼은 영화에서 미 정보국(CIA) 출신 중동 전문가로 나온다. 김 감독은 고먼을 캐스팅하기 위해 정성이 담긴 손 편지를 쓰기도 했다. 김성훈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어둡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영화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과거사 용서·위로 vs 두 남자의 진한 우정

스토리를 관통하는 메시지도 다를 수밖에 없다. ‘더 문’은 인간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용서와 위로의 메시지를 담는다. 영화에서 김재국(설경구 분)이 생존의 기로에 놓인 황선우(도경수 분)에게 과거사를 꺼내며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앞서 용서와 위로의 이야기로 관객들을 울린 ‘신과 함께’ 시리즈의 연장선이다. 여기에 우주라는 공간이 더해지면서 인류애까지 아우른다.

반면 ‘비공식작전’은 위기에 처한 외교관을 구하는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다. 하정우와 주지훈의 특유의 티키타카는 영화의 재미를 높이는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영화의 완급을 조절해 준다. 이는 감독들의 각각의 개인사나 관심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화 감독

김용화 감독은 개인사에서 비롯된 회한을 영화에 투영했다. 그는 세 번째 작품인 ‘국가대표’로 감독상을 비롯한 많은 상을 휩쓸었을 때 기쁨보단 허무함에 쓰디쓴 눈물을 흘렸다. 이는 영화의 방향을 용서와 위로로 바꾼 계기다. 그는 “상패들과 돈을 보니 인생이 너무 허무했다”며 “‘내가 겨우 이거 받으려고 좋은 사람인 척, 효자인 척하고 살며, 주변 사람들의 도움 요청을 모른 척하고 위기를 피했나’라는 후회가 많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김성훈 감독

반면 김성훈 감독은 사회면을 장식하는 언론 기사 등 실제 사건에서 영화의 모티브를 따오는 편이다. 이번 영화 역시 작가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외교관 피랍 사건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그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메모해 두면 어느 순간 이것들이 꿰어지는데, 이게 서사를 만나면 영화가 된다”며 “평소 파편화된 기사, 이야기, 감정들을 늘 메모해 둔다”라고 설명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정성과 세심함의 결정체’

다만 두 작품이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두 감독의 열정과 세심함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용화 감독은 공간이 주는 느낌과 소품이 주는 질감에 공을 크게 들였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달 앞면뿐만 아니라 영하 160도의 달의 뒷면을 사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해상도를 최대한 높였다. 우주복을 제작할 때는 실제 우주복을 다 찢어보는 등 온갖 실험을 거쳤다. 결국 그는 카메라 렌즈를 거쳤을 때 우주복의 질감과 패턴이 가장 잘 표현되는 실크로 13벌의 우주복을 제작했다. 실제 우주복과 다른 소재지만 렌즈를 거쳐도 패턴이 생생해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김용화 감독은 “비주얼의 가장 중요한 점은 배경과 질감에 어떤 정서를 담느냐”라며 “그런 정서가 관객들의 맘에 쌓이다 보면 감정이 폭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감독은 영화의 백미인 차량 추격신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대낮 카체이싱 장면은 25회 차가량 촬영할 정도로 공을 들였고, 2분 남짓에 불과한 저녁 추격신 장면 역시 14일 간 찍었다. 낮과 밤이 모두 살아있고, 특히 해질 무렵의 하늘빛을 조명 없이 담기 위해서였다. 화려한 와이어 액션이 돋보이는 옥상 추격 장면에도 영혼을 담았다. 해당 장면은 모로코 촬영분과 옥천 세트 촬영분이 합쳐져 완성됐다. 그러나 합성 장면이 어색하지 않도록 그는 시간대와 날씨 별로 모로코의 하늘빛을 모두 촬영해 왔다. 한국 촬영본과 맞추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최대한 실제의 장면을 촬영하려고 하지만 불가피하게 합성을 해야 하는 경우 실제 시간의 소스를 활용한다”며 “당시 공기가 주는 정서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능력의 한계가 있을 순 있어도 노력의 한계는 없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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